"SEASON FOR WRITING"
SUMMER 23 SOCII COLLECTION
자연을 느끼며 마주할 때 우리는 영감을 얻는다. 수풀의 냄새를 맡고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고양되는 것이다. “식물과 동물은 우리에게 영원히 가장 소중한 것으로 남아 있는, 우리 잃어버린 어린 시절을 나타낸 것”이라고 이야기한 독일의 시인 프리드리히 실러 (Friedrich Schiller)의 말을 다시금 떠올린다.
영감이란 새로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잊었던 것 혹은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것을 문득 새롭 게 여기게 될 때 떠올리는 감정과 자극이다. 그때 우리는 마음속 어딘가에서 떠오른 영감을 밖으 로 꺼내어 보고 싶은 간지러운 기분을 느끼게 된다. 바로 창작하고픈 마음이다.
창작이란 대단한 몇몇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어디에서도 창작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친 숙한 것이 바로 ‘쓰기’다. 내 생각과 마음을 종이 위에 글자로 꺼내어 놓는 것, 그 행위만으로도 충분한 것이다. 오감을 통해 자연을 물씬 느끼게 하는 여름은 그런 의미로 쓰고픈 마음이 들도록 하는 계절이다.
소치이는 여름 컬렉션 소개를 앞두고 쓰기의 영감을 주는 계절로 여름을 생각하고, 그 계절을 가 장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곳인 제주로 향했다. 그곳은 바람이 먼저 마중하고 따스한 온기 그리고 촉촉한 습기가 함께 반기는 곳이다. 먹구름 가득하던 하늘이 언제 그랬냐는 듯 곧이어 맑은 해를 내보이는 제주처럼 자연을 다채롭게 느끼게 하는 곳이 또 있을까. 언제든 산과 바다를 함께 누릴 수 있는 점도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제주 섬만의 특권이다.
한 세기의 제주 역사를 간직한 옛집에 머물며 따뜻한 차 한 잔과 함께 떠오르는 마음을 글로 끄 적인다. 과거와 오늘이 함께 어우러진 공간에서 오래된 것의 소중함을 함께 이야기 나눴던 지난 봄도 떠올려 본다. 집 밖은 제주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있다. 여름에 따먹는다고 하여 이름에 여름 하(夏)자를 붙인 하귤이 익어가고 수국이 꽃봉오리를 맺기 시작했다. 멀지 않은 근처 바닷가에도 부러 나서본다. 바람이 제법 거세지만 차갑지 않고 어쩐지 포근하다. 덕분에 올해 여름은 이맘쯤 와 있구나 하고 떠올린다.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기를 잠시 다시 펜을 들어 피어나는 마음을 이어 끄적인다.
2023년 5월 어느날
제주로부터,